
가끔 물건을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나지 않을 때가 있다. 분명 조금 전에 사용했던 물건인데 막상 찾으려고 하면 어디에 놓았는지 떠오르지 않아 답답해진다. 나 역시 이런 경험을 하면서 단순히 깜빡한 것인지, 혹시 치매와 관련된 신호는 아닌지 궁금해졌다.
하지만 물건을 잊어버리는 일이 있다고 해서 곧바로 치매를 의심할 필요는 없다. 피로가 쌓이거나 잠이 부족할 때, 여러 가지 일에 신경을 쓰느라 집중하지 못했을 때도 기억이 잘 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한 번의 실수보다 이러한 일이 얼마나 자주 반복되는지, 시간이 지나면서 심해지는지, 평소 하던 일에 어려움이 생기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치매는 단순히 기억력이 조금 떨어지는 상태와는 다르다. 기억력뿐 아니라 언어 능력, 판단력, 상황을 이해하는 능력 등 여러 인지 기능이 저하되어 일상생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렇다면 치매 초기에는 어떤 변화가 나타나며, 언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을까?
치매 초기 증상은 단순 건망증과 어떻게 다를까?
일상에서 흔히 겪는 건망증은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다. 물건을 어디에 두었는지 잠시 기억나지 않거나, 누군가의 이름이 바로 떠오르지 않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시간이 조금 지나거나 다른 단서를 접하면 기억이 되살아나기도 한다. 물건을 둔 장소를 잊었더라도 평소 하던 방식으로 다시 찾아낼 수 있고, 일상적인 업무나 약속을 대체로 스스로 처리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면 일시적인 건망증일 가능성도 있다.
반면 치매와 관련된 기억력 저하는 이전에 비해 변화가 뚜렷하고, 같은 문제가 반복되며, 점차 심해지는 양상을 보일 수 있다. 방금 들은 설명을 금세 잊어 같은 질문을 여러 번 하거나, 최근에 있었던 일을 반복해서 기억하지 못하는 식이다. 익숙한 물건을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수준을 넘어 물건을 사용하는 방법을 혼란스러워하거나, 평소 어렵지 않게 해 오던 일을 수행하기 힘들어질 수도 있다.
이때 살펴볼 부분은 기억력 자체만이 아니라 일상생활의 변화다. 예전에는 혼자서 잘 처리하던 공과금 납부나 일정 관리가 갑자기 어려워지고, 익숙한 길에서도 방향을 잃거나, 약속을 반복해서 놓치는 일이 늘어났다면 단순한 건망증으로만 여기지 않는 편이 좋다.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이 먼저 변화를 알아차리는 경우도 있으므로, 주변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반복해서 한다면 가볍게 넘기지 말고 어떤 상황에서 문제가 생기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만 기억력이 떨어졌다고 해서 반드시 치매인 것은 아니다. 수면 부족, 우울감과 불안, 스트레스, 복용 중인 약물, 갑상선 기능 이상이나 일부 영양소 부족 등도 기억력과 집중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런 원인은 적절한 평가와 치료를 통해 호전될 가능성이 있다. 스스로 치매라고 판단하거나 반대로 나이가 들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단정하기보다, 이전과 달라진 점이 지속되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출처: 중앙치매센터)
기억력 외에 살펴봐야 할 치매 의심 신호
치매 초기 변화가 반드시 기억력 저하로만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원인 질환에 따라 언어 능력이나 판단력, 행동과 성격의 변화가 먼저 나타나기도 한다. 따라서 기억력 외에도 평소와 달라진 모습이 있는지 함께 살펴보는 것이 좋다.
먼저 시간이나 장소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날짜나 요일을 자주 혼동하고, 익숙한 장소에서 길을 찾지 못하거나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헷갈리는 일이 반복될 수 있다. 단순히 날짜를 하루 잘못 기억하는 것과 달리, 상황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생기고 이러한 변화가 생활에 영향을 주는지 확인해야 한다.
말을 하거나 대화를 이해하는 과정에서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평소 잘 사용하던 단어가 자주 떠오르지 않아 대화가 끊기거나, 같은 설명을 들어도 의미를 이해하기 어려워할 수 있다. 물건의 이름을 제대로 말하지 못하거나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는 데 어려움을 겪는 모습도 살펴볼 만하다. 물론 피곤하거나 긴장했을 때 일시적으로 말이 잘 나오지 않는 경험만으로 치매를 판단할 수는 없다.
판단력과 문제 해결 능력의 변화도 중요하다. 평소 꼼꼼하게 관리하던 돈을 갑자기 다루기 어려워하거나, 익숙한 가전제품의 사용법을 혼란스러워하고, 상황에 맞는 결정을 내리는 데 어려움을 보일 수 있다. 이전과 달리 의심이 많아지거나 감정 기복이 커지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피하는 등 행동과 성격에 변화가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모습은 다른 건강 문제나 심리적 요인에서도 생길 수 있으므로 증상 하나만으로 원인을 단정해서는 안 된다.
특히 변화가 서서히 진행되는지, 여러 상황에서 반복되는지, 혼자 생활하는 데 실제로 지장이 생기는지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이 변화를 관찰했다면 언제부터 어떤 문제가 나타났는지 간단히 기록해 두면 진료 시 설명하기 쉽다.
한편 갑자기 심한 혼란이 생기거나 말이 어눌해지고, 한쪽 팔이나 다리에 힘이 빠지는 증상이 나타난다면 치매 증상으로 여기고 기다려서는 안 된다. 뇌졸중 등 응급 질환일 수 있으므로 즉시 119에 연락하거나 응급실에서 평가받아야 한다.(출처: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치매 검사는 언제 필요할까? 조기 발견과 예방법
기억력 저하나 인지 기능의 변화가 반복되거나 점점 심해진다면 의료기관에서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특히 일상생활에서 실수가 늘고, 익숙한 일을 처리하는 데 어려움이 생기거나, 가족이 이전과 다른 변화를 뚜렷하게 느낀다면 검사를 미루지 않는 편이 바람직하다. 한두 번 물건을 잊어버렸다는 이유만으로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변화가 지속될 때는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치매 검사는 간단한 질문이나 기억력 평가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는 과정이 아니다. 의료진은 증상이 시작된 시점과 변화 양상, 복용 중인 약물, 기존 질환 등을 확인하고 인지 기능 평가를 진행할 수 있다. 필요에 따라 혈액검사나 뇌 영상검사 등을 통해 다른 원인이 있는지 살펴본다. 검사 결과는 증상과 건강 상태를 종합해 해석해야 하며, 인터넷의 자가진단 문항만으로 치매 여부를 확정해서는 안 된다.
어디서 상담을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거주 지역의 치매안심센터에 문의하는 방법도 있다. 치매안심센터에서는 지역 여건과 대상 기준에 따라 선별검사와 상담, 관련 서비스 안내를 받을 수 있다. 검사 대상이나 이용 절차는 지역별로 다를 수 있으므로 방문 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조기에 변화를 발견하면 원인을 확인하고 필요한 치료와 지원을 계획하는 데 도움이 된다.
평소 생활습관을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규칙적으로 걷기와 같은 신체 활동을 하고, 채소와 생선, 콩류 등 다양한 식품을 골고루 섭취하며, 충분한 수면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고혈압과 당뇨병, 콜레스테롤 수치 등 혈관 건강과 관련된 위험 요인을 꾸준히 관리하고, 흡연과 과도한 음주는 피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독서나 새로운 활동처럼 두뇌를 자극하는 일을 이어가고 가족, 친구와 교류하는 것도 생활의 활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청력이나 시력에 문제가 있다면 적절한 검사와 치료를 받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생활습관이 치매를 완전히 예방한다고 보장할 수는 없다. 다만 질병관리청은 규칙적인 운동, 혈압과 콜레스테롤 관리, 사회활동 유지, 청력 손실 관리 등 치매 위험을 낮추기 위해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한 가지 방법에만 의존하기보다 자신의 건강 상태에 맞게 여러 생활습관을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 역시 물건을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나지 않을 때면 단순한 건망증인지 궁금해지곤 한다. 하지만 그런 경험 하나만으로 치매를 판단할 수는 없으며, 중요한 것은 이전과 달라진 변화가 반복되는지 살펴보는 일이라는 점을 알게 됐다. 기억력 저하가 지속되거나 일상생활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면 혼자 걱정하기보다 전문가와 상담해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정확한 정보를 알고 변화를 살피는 태도가 불필요한 불안을 줄이고, 필요한 도움을 제때 받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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